그 맥주 컵

B. M. W. 2010/06/13 01:55
4년마다 광분 흥분의 도가니로 만드는 월드컵 시즌이 왔다. 2010년.
더운 여름날 월드컵 축구를 볼 때 생각나는 것 하나가 있다.
시원한 맥주, 더위를 날려주고, 기분을 돋구워 주는 바로 그 한잔

2010년 남아공 월드컵이 개막을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한국의 첫 경기가 열렸다.
그리스와 한판 대결.
미국 동부 시간으로 이른 아침으로 한국과 달리 뜨거운 밤을 달랠 맥주는 생각도 못했다.

이른 아침부터 느릿느릿한 인터넷 어설픈 화질의 모니터 앞에서
붉은 옷을 입고 응원을 했다.
시작 되기전에 불안했지만, 기분 좋은 첫골로 멋진 두 번째 골로 기분 좋게 이겼다.

방을 정리하고, 우체국도 들릴겸 오이 소박이 김치도 담굴겸 길을 나섰다.
우체국에 들러 소포를 붙이고 마트에 들러 오이 소박이 재료를 싸고 집으로 왔다.
항상 지나다니는 어느 교회 앞을 지나쳤다. 토요일 오전 야드 세일이 한창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런 세일에 의외로 좋은 물건이 나온다. 그냥 한번 둘려 보기로 했다.
한 눈에 들어오는 유리컵, 그리고 손잡이 있는 컵.
바로 내가 원하던 컵이다. 맥주컵이다.

물을 마시듯 맥주를 마신다고하는 독일 사람들은 매년 10월에 옥타페스트라는 맥주 축제를 한다.
한번 가보고 싶고 언제가는 가야할 맥주 축제.
그 축제에 쓰이는 컵이 탁자에 있다. 이건 주저할 필요가 없다.

1불이라도 아껴야 하는 고단한 유학생이지만 이번에는 그럴 필요가 없다.
저 컵을 구하기가 얼마나 힘이든데, 인터넷 주문도 얼마나 비싼데,
맥주 축제를 가야만 구할 수 있는데,

그렇게 고민도 할 필요 없이 바로 집었다.
파시는 아주머니에게 오랫동안 사고 싶었다고 하니 내 손에 들어가서 좋다고 하신다.
그리고 약간의 설명을 주고 받았다. 마지막 당부는 집에 가서 씻어서 물을 마셔라고 하신다.

하지만 그럴 수야, 한국 축구도 이겼는데, 얼마전에 사 놓은 암스텔 라이트를 부었다.
우와 자그만치 3캔하고 반이 더 들어간다. 그리고 들어 보니 무겁다.
새삼 맥주 축제에서 볼 수 있는 재미, 물론 본적은 없지만 알고는 있다.

괴력의 아주머니들이 가득채운 잔을 얼마나 많이 들 수 있는가 게임을 한다.
나는 한 개도 겨우 드는데,
암스텔 라이트는 내가 유일하게 좋아하는 라이트 맥주이다.

다른 라이트 맥주에서 볼 수 없는 맛이 있다. 그 싱겨운 맛이 아니라.
아주 오묘한 맛이다. 암스텔 라이트의 특유한 맛
라이트 맥주를 좋아하는 여성에게 권하면 정말 좋아할 그런 맛이다.

시원하게 맛있게 넘길 수 있는 암스텔 라이트 맥주를 부었는데 조금 많다.
대낮부터 4캔을 한번에 마시면 " 그 누구 한 사람이 " 싫어할텐데,
술 많이 마신다고 할 텐데, 어쩔 수 없다.

부었으니 마셔야지, 그냥 버릴 수 없지 않은가.
음식을 버린다는 것 또 안 좋은 일이니까.
미안해요 소중한 사람이여.
2010/06/13 01:55 2010/06/13 0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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