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 사건

Unspoken Story 2006/08/12 14:56
난 오늘 사고를 칠 생각이다. 김치를 담그자.
어린 나이에 부모님 곁을 떠났지만, 지내온 곳이 기숙사, 밥 먹는 것 하나는 걱정이 없었다.
집에서도 경상도 사나이답게 방 안에 딱 앉아서 차려지는 밥상을 기다리는 것이 내가 할 일이었다.

근데, 사건은 미국에 오면서 터졌다. 누나가 잔소리를 했다.
"너는 어떻게 밥상에 수저 하나 챙길 줄 모르노. 니가 먹은 라면 냄비 하나는 좀 씻어 나라."
마른 하늘에 날벼락 같은 잔소리였다. 그러나 20 평생 버릇이 하루 아침에 안 고쳐졌다.

하지만, 조카의 출산으로 누나가 병원에 지내면서 나는 스스로 끼니를 챙겨야했다.
당장 밥을 하고 반찬 만들면서 느낀게 많았다. 우리 어머니 70평생, 형수들 명절날 음식 다하고
뒷일 하는게 쉬운 일이 아니었구나.

음식을 만드는 일을 계속 반복하다 보니까 어렵게 느껴지지 않았다.
내가 만들어 나가는 음식의 반찬 수가 점점 늘어갔다.
누나가 이사 가면서 시작된 본격적인 자취 생활, 그러나 걱정이 없었다.

미국 생활 6년과 함께 늘어가는 것이 요리 실력이다.
이제 마켓에서 사먹는 김치가 맛이 없다. 무엇보다 조미료를 많이 넣은 것이 싫다.
김치도 내가 만들어 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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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마친 뒤 한국 마켓에 들려 필요한 재료를 샀다. 처음이니까 욕심내지 말고 배추 한 포기만 시도하자.
김치에 고추를 넣는 것을 염려했지만, 매콤한 맛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히 집에 양념장이랑 마늘이랑 생강을 같이 갈아 둔 것이 있어 다같이 섞으면 되었다.

우선, 배추를 죽여야한다. 순서는 대충 알고 있다. 누나랑 한번 만들어 본 기억이 있는데 소금간은 몰랐다.
잘모르면 짭게 하라고 누나가 그랬다. 나중에 물에 한번 씻으면 된다고 했다.
굵은 소금이 없어서 맛소금을 써야 했다. 서너 시간이 지나자 배추 숨이 충분히 죽은 것 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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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간이 나쁜 것 아니었다. 이제 김치속을 준비했다. 포기 김치는 아직 힘들고 막김치를 담글 생각에
여러가지 속을 준비했다. 나는 어머니처럼 음식 손이 큰 것 같다. 속을 어찌나 많이 준비했는지.
한 포기의 배추보다 많이 보였다. 뭐 좀 많으면 어떨까. 원래 푸짐한 양념이 더 맛있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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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위로했다. 어느새 모든 준비가 끝났다. 이제 버무리면 된다.
미리 준비해온 양념장에 몸에 좋은 마늘을 더 넣었다.
원래 김치는 마늘을 많이 넣어야 맛있는 법이지. 겨우 겨우 내가 가진 제일 큰 그릇에 다 담을 수 있다.

그리고 열심히 버물였다. 붉게 빛나는게 맛이 있어보인다. 양이 많았는지 작은 유리병에 다 담을 수 없다.
나중에 물이 더 나올 것 생각해 공간을 충분히 두고 남은 김치는 일본 룸메이트를 줄려고 따로 통에 담았다.
원래 퍼 주는게 한국 정. 맛이 있겠지.이 거 오늘 내가 담근 김치다. 이틀 정도 지나서 맛을 봐야겠다.
2006/08/12 14:56 2006/08/12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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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1. Chester 2006/08/13 15:09  address  modify  write

    오~ 드뎌 김치를!! 조만간 김치 얻어먹어야겠다. :)

  2. 김보승 2006/12/14 18:15  address  modify  write

    김치도 담글 줄 아나? ㅋ
    와~ 대단한데~
    내보다 훨 낫다 ㅋㅋ

    • 이재만 2006/12/15 07:23  address  midify

      살다보인 그렇게 되었다...
      맛은 그럭저럭 먹을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