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고 싶은데도 많았고 하고 싶은 일도 많았다...
주왕산을 다녀온 다음 날...그 예전 다니던 학교를 찾았다...
주왕산 초등학교 벌써 한 참전에 폐교가 되었다...우리 나라 농촌 현실을 반영하듯...

젊은 사람들은 빠져 나가 시골에는 더 이상 학교를 다닐 만한 어린 애들이 없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짚 앞의 신작로를 따라 15분 걸어내려 가면 다리 건너 개울 넘어에 초등학교가 있다...
들어서던 교문도 그대로 이고 건물 또한 그대로인데 이름만 바뀌었다...
흙먼지 날리던 운동장에는 잔디가 자라고 있었다...
주왕산의 정기를 받아 꿈을 키우던 곳이었는데....2층 오른쪽 교실에서 난 처음으로
나중에 크면 미국에서 살고 싶다 했고 하버드에 다니고 싶다 그랬었다...91년 어느날에...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교문을 들어서 학교를 한 바퀴 둘려 보았다...씨름장은 요즘 어르신들 사이에 유행인
게이트 볼 구장으로 바뀌었다...울 아버지는 오늘도 공 치는 재미에 빠져 있었다....
여름날 운동장에서 실컷 놀고 시원한 물에 목을 축이던 수돗가는 그대로 이나
물은 나오지 않았다...수돗가 옆으로 푸른 교실이라 불리던 야외 수업을 위한
교실도 이제 영영 사라졌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1학년 때는 공부보다는 역시 놀이애 심취 해 있었다...그 짧은 십분의 쉬는 시간에도
여지 없이 그네 타고 미끄럼 탔는데...역시 어디 온데간데 없다...
그네에 얽힌 사건이 있는데...천방 지축 공주랑 그네 높이 타기 했다...
"야 누가 더 높이 타는지 한 번 해 볼래"
"그래"
서서히 그네가 높이 올라갔다...타면 탈 수록 나는 두려웠다...공주 그네는 완전히 한 바퀴
돌아갈 정도였다...그래도 공주는 꿈쩍도 하지 않았고....
나는 무서웠다...지금도 생생한 기억이다...내가 곧 떨어질거라는 생각이 엄습해 왔다...
떨어질 것 같다는 생각에 양손을 놓으며 눈을 감았다...
일어나 보니 양호실에 누워있었고 양쪽 볼가에는 눈물 자국이 선명했었다...
얼마나 오래 기절 했는지 모른다...어리둥절만 모습으로 혼자 교실에 들어서니
애들이 모두 박수를 치며 나를 맞아 주었다...그리고 선생님 (친척 아재이다)은 깨어난
나를 위해 토끼와 거북이 달리기 경주의 영웅 거북이 역을 주셨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아직 이 동상을 사라지지 않고 있었다...
저 동상 뒤 교실 옆 벽에는 수 많은 사진들이 있었다...
학교 역사가 살아 숨쉬는 선 후배의 사진으로 말이다...그 사진들 속에는 우리 형도 있고
누나도 있었다...이웃집 친구도 있었고 고모 삼촌 어떤 친구는 어머니도 있었다...
그 사진들 정말 보고 싶다...어디로 수소문 해야할까....사라져 버린 과거...
누군가가 이 건물로 달리 이용해도 그런 역사 사진들은 그대로 남겨 두어도 되는데...
사용자 삽입 이미지
학교를 나오는 길에 반가운 신발장이 있었다...유치원을 다니면 이 학교에 정식 학생이 되고
수업을 들어가며 신발을 벗어두었던 곳이다...이제 컸다고 신발이 신발장에서 삐져 나온다...
나뭇칸에는 각각의 이름도 있었는데...
사용자 삽입 이미지
교문 옆에 동물원 사자도 그대로 였다...사자 등에 오를려고 고생 많이 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비석은 하나의 역사가 되었다...나와 학교의 인연도 깊다...
유치원도 다니기전에 돌 볼 사람이 없더는 나는 누나를 따라 5학년 6학년 수업도 들었다...
처지를 잘 아시던 누나 선생님은 언제나 나에게 조그마한 걸상과 책상을 주시던 기억이 난다...
누나 친구들도 내가 학교에 오는 것을 싫어하지 않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내친 김에 산을 두개 넘어 중학교를 찾았다...중학교는 좀더 동네가 큰 면소재지에 있다...
고향을 지키고 있던 해영이를 찾았다...
막걸리 양조장 사장 사연 많은 친구와 함께 16년전 기억을 더듬어 중학교에 들어섰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테니스 배워 보겠다면 설쳐대던 테니스 코트도 그대로 였다...
라켓도 없이 둘이서 폼 한번 잡아 보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3학년들만 이용하던 등나무 그늘도 그대로 있었다...
더운 여름날 저기 만큼 시원한 곳은 없었다...등나무 아래에서 벌 받은 기억도 선하다...
다행히도 아직 16명의 후배들이 있어 학교는 폐교 되지 않고 분교라는 명목 아래 살아 있었다...
혹시나 교무실을 찾았다...모든게 그대로였다...부동 중학교 출신이라 반갑게 맞아 주셨지만
나의 어이 없는 부탁은 들어 주시지 않았다...그게 그렇게도 힘들었던 말인가...
후배들을 만나 그냥 잠깐 편하게 이야기 싶었는데...막무가내 안된다고 한다...
어쩌면 한 시간의 수업보다 선배들과 만남이 더 값진 시간이 될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나는 솔직히 후배들에게 용기와 꿈을 주고 싶었다...
아쉬운 마음에 문을 나서는데 마침 쉬는 종이 울려 16년이나 차이가 나는 16명의 후배를 만났다.
순수함이 그대로 묻어나는 후배들이었다...가는 날이 장날답게 원어민 영어 선생님이 계셨다...
후배들에게 영어를 하던 나의 모습이 신기하게 보였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신발장에 놓여진 신발이 지금의 학교를 말해준다...또 사라져 간다니 아쉽다...
학교를 좀더 둘려 보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2학년 3학년을 보낸 교실은 이제 미술실로 바뀌어 있었다...
그때는 저 조그마한 교싷이 세상의 전부 같았다...
복도에는 학생들의 작품이 있었다...한때는 내가 쓴 시도 있었다...
시화전에 당당히 걸어두었던 작품...내 것은 사라지고 후배들의 흔적이 살아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2008/07/18 16:11 2008/07/18 16:11

trackback :: http://koreangerontology.com/blog/trackback/190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