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이야기를 하고 싶다. 나의 추억을 떠올리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나는 형도 3명이 있고 누나도 3명 있다. 막내인 나보다 나이가 훨씬 많다.
누나들 중에 나이 차가 7살 밖에 안되는 셋째 누나 이야기다.

늘 누나따라 다녔다. 누나가 학교 가면 어김없이 같이 갔다.
옛날 영화 한 장면에 동생 많은 누나가 막내 동생을 학교에 데려가 수업 중에 기저귀가는 장면이 나오는데,
영화 속 장면처럼, 나에게도 비슷한 이야기가 많다.

누나가 기저귀 갈아주지는 않았지만, 6학년인 누나따라 학교 가면 재미있었다.
대머리 선생님은 나를 위해 책 걸상을 따로 준비해 주셔서 같이 공부했다.
하루 이틀이 아니어서 누나네 반 친구들도 나도 당연히 교실에 같이 있는 줄 알았다.

나는 학교에만 누나 따라간 것이 아니라 누나가 가는 곳은 다 갔다.
어느날 학교간 누나를 기다리며 하루 종일 집에 있었다. 얼마나 지겨웠는지
누나따라 학교 갈것 하면서 투덜투덜 했다.

하지만 나의 빈정을 아무도 받아 줄 사람은 없다.
엄마가 차려 놓은 점심도 미리 먹고 빨리 누나가 오기만을 눈이 빠져라 목이 빠져라 기다렸다.
오후 한 참이나 되어서 누나가 왔고 나는 이제 누나 뒤만 따라 다녔다.

누나가 화를 내어도 신경 안쓴다. 한대 맞아도 상관 없다. 혼자 노는 것보다 재미있다.
좀 있다가 엄마께 다 말하면 누나도 실컷 혼이 날테니까.
누나는 동네 친구들 찾아 집을 나섰다. 나는 채비를 했다. 뒤따라 나서는 나에게 누나는 화를 냈다.

"야 임마 또 어디따라 오는데 좀 그만 좀 따라 온냐."    "남이 쌰" 졸졸 따라갔다.
누나 따라 간 곳은 동네 공터. 저녁 시간이 되기전에 동네 아이들은 다 모여 놀았다.
아직도 등치가 작은 나는 그 무리에 같이 섞이기는 힘들어 누나 뒤에만 있었다.

편을 가르고, 같은 편끼리 허리잡고 다른 편 꼬리 잡으러 다녔다.
누나 옷 옆자락 하나 잡고 나도 정신없이 뛰어 다녔다. 부딪치고 넘어져도 뛰어다니기 바빴다.
넘어지다가 앉았다가. 또 달리다가 멈추었다. 얼마나 뛰었는지 힘이 빠지고 뒤쳐졌다.

누나도 정신 없이 다니다가 순간 나를 놓쳤다.
누나 무리에서 이탈한 나는 한번 크게 밀렸다가 쿵했다.
"아앗"

전봇대에 머리를 박았다.
순간 빛이 번쩍. 컴컴한 하늘에 별이 보였다. 대낮에 번쩍번쩍 별을 보았다.
울어야 되는데 울고 싶은데 울 수가 없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머리를 부딪치며 놀라서 먹고 있던 눈깔 사탕이 넘어가 목에 걸렸다.
가지 각색에 흰줄이 들어가고 설탕이나 밀가루가 발린 눈알처럼 큰 사탕이었다.
얼마나 크고 단단하지 한 참을 먹어도 크기가 잘 줄어들지 않는 사탕이었다.

"에헤핵 에헤핵"
큰 사탕이 목에 걸렸다. 숨을 쉴 수가 없다. 얼굴이 붉어지고 탁한 목소리는 거세졌다.
누나도 부를 수 없었다. 커져 가는 신음 소리에 누나가 정신을 차리고 나를 보았다.

사색이 되어 숨이 막혀있던 나의 등을 누나가 때리기 시작했다.
한 세번 쯤 때렸을까. 사탕이 튀어나왔고 나의 숨소리도 잠잠해졌다.
누나는 얼떨결에 내가 채 한줄 알고 등을 때린게 나를 살렸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런 위험한 날 뒤에도 나는 누나를 여지없이 따라다녔다.
담에 누나랑 통화하면 사탕 얘기 꺼내 보아야겠다.
막내 누나는 벌써 애들을 3명 가졌다. 이제는 누나 자식들이 누나를 따라 다닌다.

한국에 가면 그 조카들은 나를 따라 다닌다.
아무래도 누나가 삼촌 좀 따라다니며 귀찮게 하라고 시킨 것 같다.
지금은 너무 커서 따라오라 해도 오지도 않는다.

한국에서 다시 또 만날 때, 더 좋은 시간을 가져야겠다.
아쉬움이 없도록.
2006/07/24 14:54 2006/07/24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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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1. 허영숙 2006/07/27 14:48  address  modify  write

    저는 노인교육정책에 대해서 논문 준비 중 인데요~ 여기 제가 들어 올 자리가 아니 듯하네요.
    어떻게 해야 나갈 수 있나요? 제 이름과 멜을 지울 수가 없어요~

    • 이재만 2006/07/27 16:40  address  midify

      죄송합니다..
      저도 잘 모르겠네요..
      뭐냑 컴맹이라 이거 만드는데도 한참이나 걸렸어요...
      굳이 나갈 필요는 없는 것 같네요...
      저도 노인학 공부하는 학생이고 허영숙님도 노인한 관련 논문을 쓰시는 것 같은데...
      서로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앞으로는 노인학 관련 자료를 더 많이 올릴 생각입니다...
      부담이 없으시면 자주 놀려오세요...

  2. 허영숙 2006/07/29 08:57  address  modify  write

    고맙습니다. 자료를 올려주신다니~

  3. 이웅~~~락 2006/08/01 19:32  address  modify  write

    ^^*재만아~~~! hi hi (<--- 이거 하이 가 아니라 히히히... 웃는거 데이.반가워서)ㅋㅋ히히 내가 영어좀하제..ㅋㅋㅋ 재만아~하하하.. 니 졸업했나? 인자~ 대학원? 내가 일타. 요즘 갈수록 기억력이~ 오늘 내일한다..ㅋ 죽을따.
    난두 얼마 전에~ 학교 다시 갔다.아이가? 내가 말했나 몰따.ㅋ 지금 내 대전에 있다. 언제 대~한!민!국!~~짝!짝!짝...오면 연락해라.. ^^*
    ㅋ 이글 보니깐 나두 울누나 따라 다니던거 생각난다. 난 울누나가 여자애들처럼 머리묶어야 데리고 간다해서 늘 머리묶고 따라다녔는데.ㅋ

    • 이재만 2006/08/03 08:32  address  midify

      웅락이 오랫만이다....
      너 싸이 한번 놀려 가야하는데...
      여긴 또 어떻게 알고 왔뇨..
      자슥아...
      대학원은 내년에 갈 것 같다....
      싸이 한번 갈께...친구들인데 내 싸이트 좀 알려주라...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