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역사의 한 획, 남북전쟁, 노예해방 링컨 대통령.
그 자리에 선 동양인 2명???

오늘 중으로 보스톤 입성할 것 같다. 오랜 여행, 운전도 이제 종반을 달린다.

할아버지는 어제부터 지도 타령을 하신다. 펜실베니아 지도가 없다.

게티스버그에 가고 싶은데, 일정에 없던 곳이라 지도를 샌디 에이고에서부터 챙기지 않았다.
할아버지는 가는 길에 한 10분만 들리자고 하신다. 이유인 즉,
미국 남북 전쟁 속의 슬픈 영혼들이 아직 떠나지 못하니 그 슬픈 영혼들에게 기도를 하고 싶다고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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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럼부스에서 게티스버그를 찾아가는 길은 산길을 달리다가 어느 순간 넓은 평야의 전쟁 지대로 들어섰다.
찾아가기 힘든 길이었다. 구불 구불 산길도 그렇고 좁은 외길을 운전하기 힘들었다.
나의 짧은 미국 역사 지식에서 이곳은 링컨이 연설을 한 곳이다.

"Of the people, By the people, For the peop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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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말을 여기서 했냐. 어여튼 링컨이 한 말임에는 분명하다.
링컨 상에서 일단 사진은 찍고 움직였다. 공원을 도는데 참 묘했다.
이건 완전 100% 미국 백인들 뿐이다. 다른 사람들은 찾을래야 찾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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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역사의 한 획이지만 동양인 2명, 할아버지와 나에게 무슨 상관이 있을까.
우리 선조가 이 전쟁에서 죽지 않았을 뿐더러 여기에 금을 캐러도 오지 않았을 것이다.
바로 여기에, 동양인 2명이 거닐고 있으니까 다른 사람들에게 또 다른 구경 거리를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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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한 무리의 사람들 앞을 지나치는데, 가이드 잠깐 설명을 멈추고 우리를 보았다.
사람들 역시 가이드 설명을 듣지 않고 우리를 쳐다보았다.
나이가 지긋하게 드신 공원 관리 할아버지는 느닷없이 말했다.

"Thank for visiting here."

얼핏 이해가 되는 말이었다. 할아버지께서 바삐 움직이셨다.
이생에서 죽어간 슬픈 영혼들을 위해 기도를 하시기위해  적당한 자리를 찾으려 했다.
역사니 인종이니 어떤 이유도 없이 단지 기도가 하고 싶은 것이었다.

이제 이 전쟁을 잊고 저승에서 부디 행복하게 살아라고.
뭐라 표현할까. 할아버지의 인류애.
그냥 그렇게 기도만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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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의 기도...

참 멋있는 분이다. 누가 감히 이런 생각을 할까.
나는 동양인은 하나도 없다 이런 말만 하고 있었는데 말이다.
이런 멋진 분을 알고 있어서 인생이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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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의 기도가 끝이 나고 서둘러 길을 나섰다. 오늘 중으로 보스톤으로 달릴 것 생각하니 길이 멀어보였다.
6시부터 운전을 했는데, 아직도 족히 10시간은 더 운전을 해야 할 것 같았다.
지도를 폈는데 할아버지께서 지름길이 있다고 하셨다.

그렇게 큰 하이웨이를 빠지는 지름길을 찾았다. 하지만 그 지름길은 어느 순간 공사중이 되면서
옥수수 밭으로 우회를 시켰다. 화살표를 잘 따라 가다가 어느 순간 놓쳤다.
밭 가운데 도통 보이는 것은 녹색의 키큰 옥수수 뿐이다.

조용한 시골길을 달리는 것도 좋은 것이 아니라 서서히 무서워졌다. 자꾸 옥수수 밭을 맴도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2시간을 헤맸다.
지름길은 빠른 길로 안내해 주지 못했다. 또 잊지 못할 순간이다.
2007/08/16 07:16 2007/08/16 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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