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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앞 나무 밑에서

오늘, 하루 종일 마음을 가다듬고 일상을 더듬어 봅니다.
그렇게 바쁘게 험난하게 떠났던 한국, 멀어지기 싫었던 가족들 친구들,
왠일까요. 막상 미국 땅에 도착하니 아무런 일이 없듯이 모든 것이 편합니다.

몇번의 오고 가는 시간 틈에 들렸던 시카고 공항도 익숙합니다. 아니 한국과 미국의 차이를 느끼는 못합니다.
어딜가나 이제 너무 익숙합니다. 오랜 세월동안 정든 곳처럼,
입국 심사대 앞의 긴장감도 없습니다. 어찌하여 무사히 보스톤에 왔습니다.

익숙한 지하철의 안내 방송 한결 같은 거리 모습들,
마치 주욱 그냥 보스톤에만 지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할 일이 있었습니다.
한국에서 대충 방을 구한뒤 처음으로 그 실제 집을 보는 순간입니다.

중국계 노부부는 이리저리 요구 사항이 많습니다. 방은 컸으나 좋은줄 모르겠습니다. 어둡고 침침하고,
방값을 싸게 하는 대신 겨울에 눈을 치우고 청소를 도맡아 달라고 합니다. 이건 아니다는 생각이 들고
빨리 다른 방법을 구해야 겠다는 생각이 번쩍 들었습니다.

급히 들어간 인터넷 사이트에서 하나 찾았습니다. 예전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 부랴 부랴 연락을 하고
집을 찾아갑니다.
늦은 밤이라 잘보이지는 않지만 깨끗하고 좋다는 느낌은 듭니다.

당장이라도 계약을 하고 싶습니다. 물론 처음 집에는 미안하지만 저도 살아야겠습니다.
밤11시에 이리저리하여 급히 도망을 나오듯 새로운 집에 들어섰습니다.
아침이 밝아오고 가져온 짐을 정리하고 남겨 두었던 짐을 찾아오고 필요한 몇가지 가구를 사며

또 한 동안 지낼 보금자리를 꾸몄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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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집으로 가는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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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는집 오른쪽 삼각 지붕 아래 방


그날 밤에 알았습니다. 그렇게 밤늦게 걸어도 무섭지 않고 깨끗하게 정된 모든 집들, 가로가 예쁜 길,
모두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오늘은 내심 집 주변을 한 바퀴 돌았습니다.
곧 다가올 단풍의 계절이 벌써 기다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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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을 처음 열었을 때 제일 마음에 드는 것이 벽으로 나란히 들아선 창문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햇볕이 가득할 것이라는 생각에 우울했던 지하방은 잊혀지는 기분이었습니다.
밝은 빛이 들어옴에 마음까지 밝아옵니다.

마음에 든 것이 있다면 깨끗한 마루바닥, 카페트에서 올라오는 축축하고 키키한 냄새가 없어 행복합니다.
가구가 없기에 Ikea에 가서 필요한 것들 샀습니다. 책상보다는 키 낮은 커피 테이블을 준비했습니다.
왠지 더 편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행여나 엉덩이가 차가울까봐 따뜻한 rug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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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마음에 들던 창가입니다. 삼각형 지붕 맞추어 마치 산장에 있는 듯, 빛 가득한 창가가 좋았습니다.
햇볕이 가득드니까 이제 조그마한 화분도 하나 가져야겠습니다.
샌디 에이고에서 키우던 화분이 문뜩 생각이 납니다. 그 녀석들 하나도 가져오지 못했습니다.

텅빈 공간이 마음에 들었지만 가지런히 옷장을 만들고 필요없는 가방이랑 짐을 쌓아두고
커텐으로 막았지만 조금 답답해 보입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좁은 공간을 최대한 살려야 하니까요.
다른 방도가 나는날까지 더 기다려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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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는 문앞에는 언제나 그리운 사람들 그리운 것 사진이 있습니다.
그 동안 예전 집에서 하지 못했던 것을 실컷해 봅니다. 가지고 있어도 공간 부족으로 하지 못했는데.
오늘에서야 시원히 해 봅니다.

하루 종일 내내 밝고 따뜻한 기운이 감도는 이 집이 정말 마음에 듭니다.
이 집을 얼마나 있을지 모르지만 최대한 오래 있고 싶어 집니다.
저의 새 보금자리입니다.

정말 좋습니다.
2009/09/08 05:01 2009/09/08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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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1. 조정희 2009/09/15 21:36  address  modify  write

    방이 아담하고 참 마음에 든다. 삼촌!!!
    밝고 좋다......
    좋은방 얻어서 축하해......

    • Gerontology 2009/09/16 00:29  address  midify

      ㅎㅎㅎ 먼저 웃음이 나옵니다. 옆에 쓰인 댓글에 형수 이름을 보고 누굴까...내가 아는 여자 친구 중에 그런 이름 없는데...
      어찌 보면 아는 사람같고...왠지 친결한 느낌 순간 기우뚱 하더군요...어제 안그래도 보여줄 사진 찾으며 형수님 이름으로
      미니홈피를 찾다가 실패했어요.학교에서

      그래서 형수님 이름이 더 낯설지만 이상하게 자꾸 아는 이름으로 보였는지 모릅니다...

      또 연락할께요...그리고 청송에서 찍은 사진 이메일로 좀 보내 주세요.

  2. 조정희 2009/09/17 21:27  address  modify  write

    이메일 주소 좀 다시 적어주세요
    보낼려고 하다가 주소가 맞는지 아리송해서....

    • Gerontology 2009/09/18 09:32  address  midify

      형수님 보세요...
      별일이 없으신지요? 제 이메일 주소는 오른쪽 위에 보면 프로필(연락처)을 클릭하면 주욱 나와요...그러나 여기서 한번더...
      missjewell@hotmail.com

      입니다...감사합니다...

  3. Chester 2009/09/19 15:25  address  modify  write

    방 좋다. 내가 다 기분이 밝아지네.
    이젠 지하 세계를 청산하고 밝은 지상에서만 살아야지.
    차라리 옷을 걸어놓지 말고, 접어서 놔둬.
    타겟이나 월마트 같은데 가면 간단한 천으로 된 서랍장 같은것 팔잖아.
    아마 이케아에서도 팔거야.
    그리고 세워놓는 옷걸이를 하나 장만해. 그게 더 깔끔할듯.
    암튼 축하한다.

    • Gerontology 2009/09/21 11:19  address  midify

      네 저도 밝아서 마음에 들어요...ㅎㅎㅎ
      그때 그 어두운 지하실을 살때는 나쁜 줄 몰랐는데 막상 나와보니까
      그 곳은 정말 어두운 세계였어요...

      저쪽 옷걸이 창가는 워낙에 천장이 낮아서 다른 걸 두어도 같다는 생각이들어 그냥 그대로 둘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