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시험도 끝나고 학기도 끝나자, 나와 학교는 점점 멀어졌다.
수업이 없으니 학교에 잘 가지 않고 자주 가던 도서관도 관심 밖이었다.
그저 일이나 하고 운동하며 주말에는 사람들 만나기 바빴다.

쉽게 말해 놀고 먹고 마시고 노는게 내가 했던 전부였다. 대학원도 붙어서 특별한 걱정도 없었다.
정말 마음 편하게 하루 하루 지내다가 어느 덧 6월 7월 8월이 다가 왔다.
이사도 공부도 해야될 것 같았다. 가끔 만나는 미국 사람을(???, 미국 사는데) 만나면 대화가 되지 않았다.

영어 감이 완전히 떨어진것이다. 이런식으로 박사 공부하기 시작하기 힘들겠다는 자성의 시간을 가졌다.
마음을 다지고 출발선에 섰다. 알람 소리에 맟추어 눈을 떴다. 아침 6시에 일과를 시작하기로 했다.
나쁜 버릇은 쉽게 익힌다는 말처럼 맨날 12시에 일어나는 버릇은 숨기지 못했다.

억지로 겨우 일어난 시간이 7시 15분, 아 늦었다. 빨리 움직이면 아직 8시 버스는 탈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른 아침 지하철은 처음이다. 출근 시간에는 첨 타본다. 서울 사람들이 말하던 지옥철이 생각났다.
미는 사람까지는 없지만 사람들로 꽉 채워졌다. 지하철 타면서 우아하게 책본다는 꿈도 사라졌다.

기다리던 오티하는 날이다. 이번에 같이 들어오는 사람들이 궁금해지기도 했다.
기대에 어긋남 없이 소수정예다. 아줌마, 아저씨 4명에 나보다 어려보이는 여자애 2명 그리고 나 변함없다.
한국 사람도 없고, 또래 남자도 없다. 다행인것 내가 유일하게 노인학부를 마쳤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 어떤 조금의 이점을 생각하며 속으로 웃어보았다. 아주 지긋하게 5년을 같이 할 7명이란다.
무조선 친해져야 한다. 그 어떤 이유를 막론하고 수강 신청에 선택의 여지가 없다.
신입생은 그냥 5 과목 다 들어라 한다. 13학점(9학점이 Full)학부때 12학점 들으며 죽는 줄 알았는데.

박사 수업에서 13학점은 삶을 포기하라는 말처럼 들렸다. 모든 사회활동은 포기해야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사회 활동에 앞서 내가 다 따라 갈 수 없을 것 같아 친구들보다 적게 10학점을 신청했다.
학교를 시작하면 몇가지는 지워버리기로 다짐을 했다.

I-20에 찍힌 만료일 2012년을 보고 캄캄했다. 2012년이라 하지만 아직 2010년도 되지 않았다.
같이 학교 생활하던 형들이 기겁을 하고 열심히 하라고 위로와 격려를 해주었다.
할 것이 태산처럼 높아보이지만 천천히 아주 천천히 지치지 않게 해 나가야 하는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오늘도 일어나니 7시30분이다. 역시 지옥철에 몸을 기대어 학교로 향했다. 유학생 오티하는 날이다.
늦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빈자리가 없다. 겨우 찾은 자리는 인도 학생들 뿐이다.
처음오는 유학생들은 궁금한게 많고 열심히 듣는다. 이런 경험이 많아 몰래 빠져나왔다.

놀다가 밥 먹을 때 들어가서 밥먹고 서류 제출하고 우연히 알게된 한국 사람들과 인사하고 그러다가
어제 정리 못한 서류 해결하고 수학 시험도 치렸다. 떨어지는 줄 알았다. 역시 퇴근 길 지옥철이다.
그 좁은 틈에서 기여히 며칠 전에 산 책을 다 읽었다.
2007/08/30 09:37 2007/08/30 09:37
TAG

trackback :: http://koreangerontology.com/blog/trackback/103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