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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는북향이라 빛이 잘들어오지 않는다  그래서, 음지 마을이라 불리운다.
마을의 보물 단지 우물은, 수도 시설의 보급으로 사람들의 발 걸음이 뜸해진 것과
상관없이, 항상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여전히 동네 사람들의 식수원이었다.

우물 속을 들여다 볼 수 없었던 어린 내가 사고를 쳤다.
'우물 속에 큰 붕어가 산다' 소문을 듣고는 붕어를 잡고 싶었다.
숨박꼭질 할 때 동네 누나들처럼 우물 속으로 내려가고 싶었지만 너무 어렸다.
나는 먼 훗날 키가 더 크면 할 수는 있을것 같았다.

하지만, 붕어는 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고 엄청난 생각을 했다.
동네의 어떤 형이 냇가에 농약을 뿌려서 물고기를 잡는 것 알았고.
그 형이 농약을 숨기는 곳도 알게되었다.

형이 학교를 간 사이 나는 자랑스럽게 그 농약을 찾아 우물 속 붕어를 잡기위해,
마치 금붕어에게 먹이를 주듯 자랑스럽게 기쁘게 집어던졌다.
기발한 생각으로 나는 스스로 자랑스러워했다.

입가에 흐르는 미소를 머금고 우물가를 맴돌았다.
하루에도 수십 번 우물가로 향했다.이제 붕어를 잡아 올린다는 생각만 가득했다.
마지막으로 우물가로 향하던 시간 우리 엄마가 나를 보았다.

자꾸 우물 속을 들여다 볼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안스러운지가 왜 그냐고 물었다.
나는 물론 승리의 장수처럼 아주 자랑스럽게 말했다.
아주 떳떳하고 신이 났다.

붕어를 잡을려고 아까 농약을 뿌렸다고 했다.
순간 엄마의 표정은 지금도 기억이 난다. 겁에 질린 듯 사색이 된 얼굴,
허겁지겁 놀란 모습을 한 엄마는 나를 어떻게 하기전에 아버지를 먼저 찾으셨다.

어떤 대형 사고 인지도 몰랐다. 잠시 후 아버지 역시 사색이 된 얼굴로 달려오셨다.
역시 나를 어떻게 하시기 전에 대책을 찾으셨다.이상한 기운이 감돌았다.
분명히 두 분이 놀라시고 화가 나신 걸로 봐서는

내가 한 참을 맞아도 맞아야 하는데.
안 맞는 걸로 봐서는 그리 큰일은 아니겠구나.안심이 되었다.
하여튼 나는 계속 우물가에 있었다.붕어를 잡아야 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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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후, 아버지께서 경운기를 몰고 오셨다. 우리 집은 지대가 낮아 비가 많이 오는날
물바다가 된 마당의 물을 퍼내기 위해 양수기가 달린 경운기가
우리동네에서 유일하게 있었다.

국방색 바지에 흰색 상의를 입으신,아버지는 수건으로 연신 땀을 딱으시며
우물의  물을 퍼내셨다. 아마 물을 다 퍼낼 생각이었까.
나는 옆에서 지켜보기만 했다. 붕어를 잡을려고.

사태의 심각성은 내가 좀더 자란 뒤에 알았다.
하마트면 동네 사람들 병원에 가 갈뻔 했다.
지금에서야 웃어본다. 정말 엄청난 사건이라고

붕어는 우물에 살지 않았다.
우물 옆에 있었지만, 붕어를 보지 못했으니까.
2006/07/17 14:45 2006/07/17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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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1. Chester 2006/07/17 19:01  address  modify  write

    이거 실화냐? 장난 아니다.. 재만이 스펙터클한 어린 시절을 보냈군. ^^

  2. 이재만 2006/07/19 00:40  address  modify  write

    네 실화입니다...
    여기에 실리는 글 제 경험에 바탕을 두었어요...
    사진은 가능한 제가 찍은 걸로 올리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