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고개를 돌려 창 밖을 보았다.
눈이 온다.
첫눈이다. 8년만에 바라보는 눈 오는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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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 마당...

나도 모르는 사이 눈은 그렇게 내리고 있었다.
뒷 마당의 오색 단풍과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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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박눈이다...

이제 함박눈이다.
눈오는 모습이 신기하게 느껴져 온다.
쌓일 것 같은 눈은 어느새 녹아버리고 남은 것 투명한 흔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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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도 잠시 눈이 와서 사람들에게 전화를 했다.
눈이 와서 신기하고 좋은데 너무 춥다고. 첫눈이 온다고 전화를 받은적이 있다.

처음이라는 말이 실감이 나지 않아 해주고픈 말을 못했다.

오늘은 첫눈 처음이라는 말이 새삼스레 느껴진다.
내가 알고 있는 시로 대신하고 싶다.

첫눈 오는 날 만나자 
                                               정호승

눈 내리는 거리를 걸을 수 있다는 것은
그 얼마나 큰 축복인가
첫눈 오는 날 만나자
어머니가 싸리빗자루로 쓸어 놓은 눈길을 걸어
누구의 발자국 하나 찍히지 않은 순백의 골목을 지나
새들의 발자국 같은 흰 발자국을 남기며
첫눈 오는 날 만나기로 한 사람을 만나러 가자

팔짱을 끼고
더러 눈길에 미끄러지기도 하면서
가난한 아저씨가 연탄 화덕 앞에 쭈그리고 앉아
목장갑 낀 손으로 구워 놓은 군밤을
더러 사 먹기도 하면서
첫눈 오는 날 만나기로 한 사람을 만나
눈물이 나도록 웃으며 눈길을 걸어가자.

사랑하는 사람들만이 첫눈을 기다린다
첫눈을 기다리는 사람들만이
첫눈 같은 세상이 오기를 기다린다..
아직도 첫눈 오는 날 만나자고 약속하는 사람들 때문에
첫눈은 내린다
세상에 눈이 내린다는 것과

첫눈 오는 날 만나자
첫눈 오는 날 만나기로 한 사람을 만나
커피를 마시고
눈 내리는 기차역 부근을 서성거리자.



2007/11/21 04:32 2007/11/21 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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