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기억 속, 1988년 9월 17일인가? 서울에서 제 24회 하계 올림픽 개막식이 열렸다.
개막식 시청을 위해서 하루 쉬었지만, 운동회 준비로 분주하던 담임 선생님의 호출을 받았다.
아주 특별한 조건은 학교에 나와서 일을 도와주면 컴퓨터 게임을 하는 것이었다.

그 당시 시골 학교에서 시대를 앞서 가시던 담임 선생님은 8비트 컴퓨터를 가지고 계셨다.
최신 기기였기에 선생님은 소중히 다루셨다. 물 컵을 든 사람은 컴퓨터 반경 3미터로 접근 불가였고,
청소를 할 때는 반드시 덮개로 컴퓨터를 가려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어김없이 회초리가 날아왔다.

이동시에 더 가관이었다. 선생님께서 회초리를 들고 앞장 서서 길을 터시면 뒤에 덩친 큰 애들이
각각 본체, 모니터, 키보드를 들고 따라섰다. 이 대단한 기기에서 게임을 한다는 것은 최고였다.
카세트 테잎에 저장된 너구리, 겔로그, 보글보글 등 추억의 게임들을 컴퓨터에서 할 수 있었다.

8비트 컴퓨터의 추억에 사로잡혀 있을 때, 청송 읍내에도 컴퓨터 학원이 생겼고 나도 잠시 다녔다.
피아노 학원에 가면 처음 바이엘을 배우듯이, 컴퓨터 학원에선 BASIC을 배우다가 그만 두었다.
학년이 올라가는 속도보다 빨리 기술이 나날이 발전했다.

16비트아니라 이제는 컴이 386이니 486으로 불리우다가 어느 순간 펜티엄이 등장했다.
기기들은 더 좋아졌지만 이상하게 나는 점점 더 멀어졌다. 간간히 학교에서 HTT나 연습하고
천리안이니 하이텔이라며 PC 통신을 하던 친구들이랑 같이 수업들을 뿐 이었다.

대학에 와서야 내 컴은 없었지만 과제 때문에 전산실 드나들며 조금씩 새로 익혀나갔다.
인터넷이 막 성장하던 시절에 처음으로 이 메일이란 것을 알았다.
다행히 선배의 도움으로 한겨레 신문이 제공하던 계정에서 missjewell으로 hanimail을 오픈했었다.

당대 최고의 독수리였지만 과제물도 곧잘 제출했었고 형편 없는 타자 실력 때문에
운이라도 좋은 날이면 기숙사에서 skylove 라 혹은 sayclub의 체팅도 할 수 있었다.
8비트 컴에서 최신 펜티엄 II 까지 다루었지만 정작 아는 것은 없었고 그것도 인텔 PC 만 접했다.

2000년 미국에 오면서 처음으로 매킨토시 애쁠을 만나게 되었다.
두 개의 버튼에 익숙하던 마우스에 오직 하나의 버튼을 보았을 때 당혹감은 놀라움 그 자체였다.
플로피 디스크 조차 마음대로 꺼낼 수 없었기에 참 사용하기 불편하기 짝이 없는 기기였다.

어짜피 컴퓨터에 대한 지식이 없었지만, 윈도우보다 더 좋고 익숙한 것은 없다고 생각했다.
2002년 가을, 내 생애 처음으로 노트북을 가지게 되었다. 내 책상에 놓인 첫 컴퓨터였다.
내 노트북을 가지면서 컴퓨터 전공 형들에게서 배운 지식으로 나는 윈도우에 대한 지식이 늘어갔다.

어느날 지나쳐 보지도 않던 애쁠이 눈에 들어 오기 시작했다.
당혹스런 기억은 있었지만 혁신적인 디자인 때문에 애쁠에 다가서고 있었다.
애쁠은 새로운 디자인의 노트북 뿐 아니라 수 천개의 노래를 저장할 수 있는 아이팟을 선보였다.

나는 당장에 아이팟이 필요없지만 곧 이어 나온 Ipod shuffle은 마음에 들었다.
저장 매체가 플로피 디스크나 CD에서 USB로 바뀌는 도중, 노래도 듣고 USB로 저장도 할 수 있는
아이팟 셔플은 나에게도 필요한 것 같았다. 그래서 출시되고 얼마뒤 아이팟 셔플을 구입했다.

내 손안의 첫 애플 제품이었지만 예전의 당황스럽고 불편했던 기억들처럼 아이튠 사용은 불편했다.
쓰다보니 의외로 저장 공간이 많지 않았고 내가 넣고 싶은 노래 공간도 부족했다.
아이튠이 사용이 번거러워 한번 저장을 하고는 10년째 변경하지 않았다.

애쁠은 계속 아이폰, 맥북, 맥북프로, 맥북에어, 아이팟 터치, 아이패드 등으로 계속 신제품을 보여주었다.
항상 멋있는 디자인 뿐 아니라 맥에도 윈도우 설치를 할 수 있게 되자 맥을 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비싼 가격이 문제였고 익숙한 윈도우가 아직 많이 편해서 굳이 불편한 맥을 써야 하나 싶었다.

생각외로 맥에 대한 좋은 인식이 속속히 드러나고 지인들이 쓰던 맥 제품을 한 두번 사용해 보았다.
윈도우에 길들어진 손이라서 약간은 어색했지만 편한 기능이 많은 것 같았다.
이쁜 디자인에 User friendly 기능이 좋아서 맥 노트북을 하나 장만할 생각을 하고 있었다.

작은 노트북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는데 세상은 좀더 작은 더 향상된 기능을 가진 기기들로 요동을 쳤다.
단순히 전화 기능을 넘어서 인터넷 뿐 아니라 손 안의 좋합 기기 스마트 폰이  세상의 관심사가 되어 버렸다.
사람들은 저마다 자기만의 선택으로 다양한 손 안의 작은 기기들을 들고 다니기 시작했다.

하지만 전화만 되고 노트북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했었기에 아이패드도 아이폰도 필요없다고 생각했다.
시대의 흐름을 허겁지겁 쫒아서 따라갈 필요는 없지만 멈처 있기는 싫었다.
맥의 사용 욕구에 못이기던 찰라에 괸심이 가던 기기가 눈에 보였다. 바로 아이팟 터치였다.

전화 기능만 없을 뿐이지 스마트 폰처럼 사용이 가능한 기기였다. 나는 소리 없는 강자라 생각했다.
2011년부터 관심있게 지켜보다가 세 제품이 곧 나올 것이라는 소식을 접했다.
기다리고 기다려 2012년 9월에 발표되고 이틀 뒤 바로 선 주문을 했다 (고마워요).

출시일 10월의 어느날이 길게기다려졌다. 10월이 되고 나서는 매일 같이 배송상태를 확인했다.
그리고 한 통의 이메일에 배송날짜가 있었다. 그리고 5일 뒤 10월 12일 아침10시경 내 손에 들어왔다.
나도 이제 맥의 세계로 들어서는 기분이었다. 생각보다 작은 박스 안에는 더 작은 케이스에 담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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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송날짜를 확인하고 바로 보호 케이스랑 필림을 주문했지만 제 때에 도착하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조심해서 두껑을 열고 최대한 조심히 다루어 본체를 꺼냈다.
익히 알고 있었던 크기랑 색깔이지만 직접 내 손에서 보니 더 아담하고 이쁜 색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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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분되는 마음으로 전원을 켜니 검은
바탕에 특유의 한 입 베인 사과가
떠올랐다. 잠시 뒤 밝고 선명한 화면에

준비된 어플들이 늘어 서 있었다.
먼저, 제일 중요한 인터넷 연결을 확인,
문제 없이 잘 작동되었다.

내가 필요한 어플을 바로 설치하고
한국에 바로 연락을 넣었다.
잘된다고 고맙다고,

내 손에 들어온 기기는 나 혼자만의 것이
아니다. 항상 고맙게 생각하며
소중히 다루어야 할 기기인 것이다.

8비트의 추억 속 테이프랑 비슷한
크기이지만 이 놈이 가진 기능은
상상 초월이다.

내 손의 작은 기기에서 이제 간단히
일을 처리하고 연락을 하고
음악을 들으며 게임을 하는 잠깐의

여유를 즐길 수 있게 된 것이다.
놀라운 일이다.
손 바닥에 한 번의 터치로

맥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서인지
다시 사용하기 시작한 아이튠도
불편하지 않았다.

아직 익숙하지 않아 당화스럽긴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문제가 없을 것 같다.
그 처음보다는 너무 편리하다. 이제 맥에 세계에 빠져 들기 시작했다.
맥을 처음 다루던 어색하고 당황스러움에서 멀리했고 윈도우의 익숙함에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지만

주변의 소문에 한번 더 들어다 보고 한번 더 만져보고 관심이 늘더니
기능의 편리함에, 기기의 안정성에, 디자인의 차별화에 나는 이제 맥을 좋아지기 시작했다.
나의 또 다른 맥은 다음 주에 새롭게 진화되어 출시된다. 다음 목표인 것이다.
2012/10/17 10:05 2012/10/17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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