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저문다고 했다.
엄마는 저녁 시간이면 붉은 빛으로 가득 찬 서쪽 하늘을 바라보며
저 산 걸치듯 넘어가는 해를 저문다고 했다.

달이 떠오르기 전 해는 사라졌다.
그리고 또 다시 동녘 하늘 넘어로 산 봉우리를 걸치며 해는 다시 떠 올랐다.
변함 없이 왔다가 사라지고, 사라졌다가 다시 온다.

매년 12월이면 사라져가는 해를 아쉬워하고 다시 떠 오를 해를 기다린다.
서쪽 바다로 달려가서 저무는 해에 아쉬움을 토로하고 동쪽 바다에서 새로운을 해를 기다린다.
바다에서 해를 보내고 해를 맞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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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는 바다에서 지기도 하고 산에서 떠 오르기도 하지만 사람들은 수평선 넘어로 떨어지고 떠오르는 해를 좋아한다.
바다와 인연이 없던 내가 미국에서의 삶은 바다와 가까이 있었다.
넓은 미국 땅 중에서 서부 해안에서 매일 지는 해를 바라 볼 수 있었다.

길 가에 주우욱 늘어선 야자수 잎새에 걸쳤던 해가 수평선으로 가까이 다가섰다.
일렁이는 물결 위로 한 가닥의 마지막 빛을 비치우며 마침내 해가 저물었다.
서쪽 바다로 해가 저무는 장면은 감동이고 장관이었다.

해가 저무는 광경을 바라보고 있으면 눈물이 난다고 했다.
눈으로 다 담을 수 없는 붉은 서녘 하늘이 너무 아름다워서 눈물이 흐른다고 했다.
짧은 시간이지만 하루의 아쉬움을 잊지 못해 눈물이 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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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12월 31일 한 해가 저물어 간다.
지난 날을 다 담기도 벅찬 짥은 순간에 해는 벌써 수평선 넘어로 아른 거린다.
그리고 해는 졌다.

해는 다시 떠 오른다. 동녘 하늘, 산 봉우리를 감싸우며 해는 떠 오른다.
푸르스름한 새벽 하늘은 다시 붉은 색으로 감돌기 시작하면 사람들은 기대에 찬다.
떠오르는 새해를 보러 다시 동녘 바다로 나아간다.

나는 운이 좋게도 서부의 끝자락에서 동부의 끝자락으로 이사를 왔다.
대서양을 마주보고 있다. 새벽이면 언제나 수평선 넘어로 해는 떠 오른다.
저무는 해를 보기보다 뜨는 해를 보기 편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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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아침, 사람들은 해를 보내고 다시 해를 맞으러 간다.
이른 새벽에 산에 오르고 바다를 향한다.
새해가 시작되는 2014년 1월 1일, 해맞이를 하기로 마음 먹었다.

지난 날 31일을 보내며 황급히 내린 결정이라 저 멀리 큰 바다가 펼쳐지는 곳으로 갈 수 없었다.
걸어서 닿을 수 있는 동네의 작은 해안을 찾았다.
아직도 푸른 빛이 감돌고 있는 하늘을 서서히 붉게 뒤덮히며 먼 바다에서 해는 떠오르고 있었다.

새해가 떠오를 하늘을 바라보고 있으니 수 많은 생각들이 머릿속을 스치어 간다.
아직 떨쳐 버리지 못한 지난 해의 아쉬움도 다시 묻어나고 이루지 못한 일을 떠올렸다.
다가오는 해를 바라보며 소망을 정리하고 올해 꼭 이룰 일도 다시 한번 다짐했다.

지는 모습도 잠깐이더니 떠오르는 모습도 잠깐 이었다.
둥근 해가 찬란히 비추는 모습은 힘차고 새롭다.
2014/01/11 12:02 2014/01/11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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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1. 비밀방문자 2014/01/20 00:42  address  modify  write

    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2. Gerontology 2014/01/20 03:22  address  modify  write

    서부 샌디에이고의 일몰을 바라보면 그 아름다운 광경에 감동하여 사람들이 눈물이 나지요

  3. 이상은 2014/05/01 23:49  address  modify  write

    우연히 미니홈피 보다가 타고 들어왔다.. 여전히 잘 살제..
    이젠 대부분이 추억속의 인물들로만 기억에 남는다..
    늘 건강하길 ~

    • Gerontology 2014/05/14 12:32  address  midify

      상은이 누나 오랫만이네요.
      대학 때 같이 소주 마시던 형들 다 잘있겠죠?
      궁금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