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 한 장

Unspoken Story 2007/02/20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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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염없이 비가 내린다.
한 순간 너무 많은 비가 내릴 때는 약간의 겁도 났다.
따뜻한 차 한 잔을 들고 눈 앞에 둔 종이 한 장을 보며 끊임 없는 상념에 빠져 본다.

결국은 종이 한 장이다. 5년간 바친 열정의 댓가로 받은 종이 한장.
피식 웃어 본다. 이 한 장을 위해서. 그렇게도 바삐 살았다. 죽도록 일도 해 보았다. 미치도록 책도 보았다.
슬프도록 도서관에 있었다.

2002년 새해 1월 새로이 시작한다는 기분으로 첫 발을 내 딛었다.
첫 발을 내딛기 조차도 힘들었다. 어려운 첫 발을 잘 딛으면 다음에는 쉬우리라 했다.
쉬운 날은 없었다. 너무 힘들어 포기 하고 싶었다.

학교, 수업, 숙제, 아르바이트, 그리고 잠. 주어진 24시간에 내가 했던 전부다.
밤새 울어도 보았다. 울어도 울어도 돌아 오는 것 내 차지였다.
나는 결국 책을 들었고 숙제를 제출 했다.

일에 지쳐 집에 오는 버스에서 잠도 잤다. 차를 가져야겠다는 여유도 없었다.
내가 가진 형편에 그런 생각 마저도 사치였다. 밤 늦은 버스를 타며 나는 한주 한달 인생이 아닌
한 학기 인생을 연명했다. 그렇게 모은 돈은 새 학기에 요긴하게 쓰였다.

2000년부터 부모님께 받은 돈은 전부 3000만원. 죄송합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소원이 있었다. 나도 그 어느 누구처럼 공부만 하면 좋겠것만, 돈 걱정 없이 일도 안해도 되고.
하루 종일 공부만 한다면 더 잘 할 수 있을텐데.

부질 없는 생각이었다. 일을 했기에 더 열심히 공부 할 수 있었다.
일하고 나서 시간이 없었기에 더 열심히 책을 보았는지 모른다. 힘든 일을 했기에 공부할 이유가 있었다.
40시간 이상 일을 하면서도 부끄럽지 않은 성적을 냈다. 자랑하고 싶다.

스스로 해 나간다는 기쁨마저 없었다면 나는 벌써 그만 두었을지 모른다.
옆에서 바라봐 주고 칭찬해 주는 사람들이 많았다. 내 주변에 누구보다 나와 긴 시간을
같이 한 사람들은 안다. 내가 얼마나 열심히 살았는지를.

종이 한 장에 담긴 열정이 많다. 배운 인생이 크다. 그 동안의 고통은 소중한 경험이 되었다.
나는 믿고 있다. 할 수 있다. 그렇게 해 왔으니까.
그리고 나는 세상에 당당히 말 할 수 있다. 나 열심히 살아온 사람이라고 열심히 살아갈거라고.

이 종이가 한 장의 종이로 남지않게 내가 갈 길은 아직 멀다.
2007/02/20 15:04 2007/02/20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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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1. 김규만 2007/02/23 06:15  address  modify  write

    잘했다! 축하한다! 이제 시작이야. 그렇지?

    • 노인학 2007/02/23 09:58  address  midify

      역시 규만이 형입니다...
      고마워요...
      지금이 시작 맞아요...

  2. 비밀방문자 2007/03/16 10:05  address  modify  write

    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 노인학 2007/03/16 12:25  address  midify

      감사합니다...
      원하는바 이루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