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뒤

Story of Day 2007/06/29 16:30

일 마치고 서둘러 집에 왔다.
이제 정말 더이상 미룰 수  없는 일, 아파트를 마지막으로 정리해야 했다.
대충 짐싸고 버릴 것 버렸는데, 아직 큰 가구는 어쩌지 못했다.

내 차로 옮기기 힘이 들 것 같아서 경아 누나랑 저녁도 먹을 겸 미리 약속을 했다.
잔머리를 굴리고 굴려 누나 차에 다 집어 넣었다. 가벼운 마음으로 어제 도네이션 한 곳으로 다시 갔다.
아직 쓸만 한 가구라서 그런지 바로 진열대로 가더니 가격을 매겼다. 20불.

더운 여름날 힘도 썼겠다. 저녁을 많이 맛있게 먹기로 했다. 가벼운 마음으로 콘보이에 갔다.
며칠 전 흑돼지 삼겹살에 김치 구워먹었는데 정말 맛있게 먹어 그 식당에 다시 갔다.
우선 시원한 맥주로 갈증을 해소 했다.

고기 2인분에 찌개 밥까지 먹으니 배 터져 죽을 것 같았다.
뭐라도 해야할 것 같아 커피 사서 발보아 공원으로 갔다. 시원한 바람에 해지는 것 바라보며 공원을 걸었다.
잠시나마 아무런 특별한 생각없이 걸었다. 운동하는 사람보며 느즈막히 산책 나온 사람들이랑 마주치며.

저녁 햇살을 뒤로 요가하는 사람들 앞을 지나
이제 막 걷기 시작하는 애기보며 좋아 하는젊은 부부와도 미소 지워보고.
아랑 곳 하지 않고 애정을 표현하는 연인들 옆을 지나 저녁 운동 나온 할아버지 할머니를 뒤로 한 채

그냥 걷고 걸었다. 이런게 살아 있는 행복이 아닌가 했다. 머리를 스치는 한 줄기 생각 레드 와인
내려 갔던 공원 길을 거꾸로 걸어 올라, 큰 길로 나왔다. 와인 바로 가는 길에 재미 있는 사람들을 만났다.
사진 찍으러 하니 포즈를 취해주는 착한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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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다고 말했더니 느닷없이 건네오는 한마디."Would you like to have free condoms?"
뜨아아 놀라서 어이 없는 웃음이 나왔다. 그리고 그냥 모르게 "No Thanks" 해 버렸다.
회사 직원은 아닌 것 같고 자선 홍보를 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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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도 아파오고 조금씩 지쳐갈 때 노란색 천 막이 보였다. 한두번 가던 와인바가 보였다.
그냥 편안한 차림으로 신기한 치즈 먹으면서 와인 한 잔 즐길 수 있는 곳 수수한 가게 안 풍경이 더 좋은 곳
처음보는 와인이 많이 진열 된 곳 너무 늦어 버린 것일까. 내가 좋아 하는 테이블은 사람들로 가득했다.

다행이 막 일어나는 사람들이 있어 바에 앉을 수 있었다. 한 참을 보고 주문을 했다.
아뿔쌰 누나가 지갑이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그럼 아이디도 없잖아.
그렇게 다시 왔던 길을 걸었다. 오늘은 와인 마시는 날이 아닌 것 같아 허탈한 마음에 돌아섰다.

혹시나 지갑을 어디 다른데 둔 것은 아닐까 걱정스런 마음에 집으로 향했다.
서운한 마음에 다시 갈까 했지만, 기운이 나지 않았다.
아무래도 지갑 때문에 서둘렸는지 생각보다 빨리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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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지갑은 차 안에 있었다. 계단을 올라 문 앞에 섰다. 어 저럴 수가.
현관 문을 활짝 열어 놓고 나왔다. 짐을 꺼내고 차에 옮긴 뒤에 문을 닫지않고 나온 것이었다.
이런 엄청난 실수를 컴이랑 중요 서류가 그냥 널부러져 있었는데 홈리스도 가끔 지나 다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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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일 날뻔 했다. 얼핏 보면 누가 다 뒤진 것 같지만, 내가 짐정리 한다고 어지려 놓은 것이다.
아무도 들어오지 않았다. 가구 다 꺼내 가고 나니 집꼴이 영 보기 좋지 않다.
한편으로 아직도 마지막 짐 정리할 생각하고 가져 갈 짐 바라보며 있으니 서운한 생각이든다.

이틀 뒤면 이 집도 이제 끝이구나 정 많이 든 집, 샌디 에이고에서 한 달에 250불 준 엄청난 싼 집이다.
이제 가야 한다고 생각하니 슬프다. 이제 딱히 지낼 집도 없다고 생각하니 더 서글프다.
떠나기 싫다는 문득 떠오른다.

누나보고도 말했다. 얼마 안 남았다고 이런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는 것도.
정말 잠시 쉬었다.

2007/06/29 16:30 2007/06/29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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