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진아 놀자

Unspoken Story 2006/08/17 14:07
"어린 시절을 잃는다는 것은 마음의 고향을 잃는 것과 같다" 
"아주 늙어서 노망이 든다해도 어른이 되기전일어난 모든 일을 기억하고 싶다"

나는 자연과 함께 했던 아름다운 어린 시절이 있다. 지금이나 예전이나 어린이에게 최고의 행복은
숙제를 안하고 무작정 뛰어 놀 수 있는 것이 아닐까 한다. 노는 것 만큼 즐거운게 어디에 있을까.
친구랑 저녁까지 놀다가 흙먼지 털며 집으로 뛰어갔다. 나의 또래 놀이는 지금 아이들과 많이 다르다.

나와 친구들의 놀이에는 정이 있고, 자연이 있고, 생명이 있고, 사랑이 있고,
순수가 있고, 순박이 있고 싸움을 배우기전에 타협과 양보를 배울 수 있고,
영원히 기억될 추억이 있는 열린 공간에서의 놀이다.

하지만 요즘은 다른 것 같다. 혼자 크는 아이들이 많아서 그런지
과학 기술의 발달 때문인지, 만화 영화, 비디오 게임을 하는 혼자의 놀이요,
죽은 놀이요, 이기의 놀이요, 돈을 깨우쳐 주는 놀이요, 빈부의 놀이요.

무엇보다 그 아리따운 추억 하나 만들 수 없는 닫힌 세계의 놀이다.


흙먼지 날리는 비포장 도로를 따라 늘어선 조그마한 마을마다 어린 시절을 함께한 친구들이 있다.
크게 학교를 중심으로 다리 아래에는 하의리, 위로는 상의리로 2개의 행적 구역이 나누어지고,
상의리, 첫 번째 동네, 햇빛이 들지 않아 음지마을에는 나와 진영이, 또니(재의) 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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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위에 정자가 있는 정자 마을에는 동진이가 있다.
5학년 때 이사를 온 한 재석이도 있다. 개울 건너 햋빛이 잘든다하여 양지 마을에는 공주 (문숙)가 있다.
그리고 더 위 쪽으로 친구들이 더 있었지만, 학교를 마치고 같이 놀던 친구는 근방에 살던 애들이었다.

참 많은 놀이를 했었지만, 사람의 수에 따라  놀이는 크게 달랐다. 학교에 가면 온 동네 애들이
다 오지만 전교생은 100명 안되는 시골 학교다.전교생 다 나와도 운동장은 커서 남는 공간이 많았다.
많은 사람을 필요하는 "하이로" (영어같다.High Row), "오징어 땅콩", "십자가" "발야구"를 할 수 있다.

조금 거친 놀이인 십자가와 오징어 땅콩보다는 하이로가 유행을 했다.
뭔가가 잘못 되면 탐마 (Time Out)를 연신 부르고 선을 넘었니 안넘었니 하며 싸우다가가도
금방 놀이로 돌아온다. 특별한 규칙은 없고 아주 기본적인 것은 항상 같고 나머지 그때 그때마다

목소리 큰 사람쪽으로 규칙이 바뀐다. 일단, 목소리 크면 이기고 본다.
그러다가, 학교가 파하면 더 놀 수 있지만 각자들 집으로 먼저간다. 친구가 많이 없어도 되는 놀이를 할 수 있다.
놀이도 순수하지만 벌칙 또한 신발 감추기로 순박하기 따로 없다.

이야기 속으로.
오늘도 동진이가 동생 동원이를 데리고 놀려왔다. 정자 마을에 사는 동진이는 자주 우리 마을에 놀려온다.
조금 멀리 있는 공주도 오지만 공주는 동생들이랑 지내는 시간이 더 바쁘다.

동진이가 놀려 오면 나랑 진영이랑 또니랑 편을 나누어 논다. 지금 같으면 남녀끼리 짝을 만들겠지만
아직도 순진하고 어린 우리들은 남자 대 여자 로 편을 나눈다. 주 종목은 짜개 (공기 놀이 비슷),
벼락 치기 (비석 치기라고도 함), 그리고 땅 따먹기이다.

짜개는 침착한 여자들이 잘하고 벼락치기는 운동신경이 좋은 남자가 잘한다.
땅 따먹기는 머리 싸움에 침착함까지도 요구한다. 단순한 놀이 같지만, 제일 힘든 놀이다.
처음에 두발로 딪고 쪼그려 앉을 수 있는 원안에서 병뚜껑을 3번 튀겨서 다시 원래 원으로 들어오게 하면된다.

무사히 들어오면 그 궤적을 그려 영역을 넓이는 것이다. 여기에는 수 많은 규정들이 새로이 만들어진다.
항상 짜개는 지고 벼락치기는 이겼다. 동진이와 나는 신이 났다. 벼락치기 이기고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막판, 결전의 땅 따 먹기가 남았다. 마지막이라서 신경전까지 날카롭다.

조금만 잘못 해도 트집 잡고 난리가 난다. 보통 잘 우기고 목 소리 큰 우리가 우긴다.
진다 싶으면 억지로 새로운 규정을 만든다. 선을 그을 때 발 뒷금치를 든다고 우기고 우긴다.
이런 규정은 없는데 그냥 순간에 만들어 버린다. 이제, 남은 공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이 번에 좀 크게 튕기면 우리가 이길 것 같다. 모험을 걸었다. 손가락이 나보다 긴 동진이가 하기로 했다.
마지막에 손뼘을 재서 추가로 땅을 넓일 수 있다.
동진이 뼘이 나보다 길었고 그걸 연결하면 승리는 우리 것이다.

"아 "
동진이가 소리를 질렸다.너무 멀리 튀겼다.손은 닿았지만 중심을 잃으면 앞으로 넘어지고 그러면 끝이다.
"동진아 내가 니 한다리 잡을 께. 니는 한손 하고 한 발로 버티면서 튕가라."

"야 그런게 어딨뇨" 또니랑 진영이가 외친다.
"여기 있다 아이가" 우겨야 한다 무조건 우겨야 한다. 못 우기면 진다.
일단은 우기면서 끝까지 해 성공했다.

"앗 싸리 이겼다. 야 신발 도" 억지로 우겨서 신발을 빼앗아 숨기려 다닌다.
신발 숨길 때 눈 감아라하면 그냥 눈 감아주는게 서로간의 굳건한 약속이다.
누가 뭐래도 이런 약속은 어기지 않았다. 아직까지 때 묻지 않아서 이겠지.

나는 또니 신발을 들고 동진이는 진영이 신발을 들었다. 찾지 못하다가 집 옆 도랑 돌 밑에 숨겼는데.
신발을 찾았던 또니가 울고 난리가 났다. 평소에 절대로 울지 않던 또니인데. 뭐가 터졌냐. 겁이 났다.
사실인즉, 또니 신발에 도룡뇽 한 마리가 들어가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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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이 모이면 이런 얘기하며 추억 속에 잠기곤 했었다. 지금 쯤 시집 장가 가겠지.
동진아 또니야 진영아, 그리고 친구들아 시집 장가 가도 자식 새끼 데리고 이름부르며 놀고 싶다.
시집 장가 정말 다 가는 것 같다.

20대가 훨씬 지나 만난 그 시절의 친구들은 이제 없다.
기억속에 머물고 있다.

동진아 놀자...또니야 놀자...진영아 놀자....

2006/08/17 14:07 2006/08/17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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