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다문화 가정 속의 외국인 며느리와 노인학을 바라보는 관점에서 글을 남긴 적이 있다.
노인학을 공부하며 또 하나 관심이 있는 것이 한국 사회에 현재 증가하고 있으며,
앞으로 불어올 다문화 가정이다.

이런 생각에 다문화 가정과 관련된 뉴스 거리나 방송을 자주 본다.
이번에는 오랫만에 인간 극장에서 '우리 형수님 키우친' 열심히 보고 있다.
7년전 한국으로 시집온 베트남 며느리의 이야기다.

남편을 일찍 여의었지만 사랑스런 두 딸과 시어머니를 모시며 예쁘게 살아가는 며느리이다.
산골에서 살아가는 며느리가 운전면허 시험에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안스럽기도 하고 재밌기도 하다.

마냥 웃으며 보다가 이런 생각을 해 본다.
나도 한때 똑같은 상황에 처했었는데.
그러나 그리 힘들게 공을 들을 필요는 없었다.

미국이란 사회가 합리적이라고 많이 들어보았을 것이다.
그냥 막상 미국에서 살아보거나 잠깐 있어보면 참 불합리한 사회라 여겨지는 순간이 더 많다.
한국 문화에 적응이 된 나도 처음에는 합리적인 것보다 불합리적인 것에 더 힘들어 했다.

미국 문화를 이해하고 미국 현실에 적응해 보니까.
이 사회가 그리 터무니 없이 불합리적인 것은 아니었다.
머라 할까 불합리성 속에 작은 합리적인 것들이 많다는 것을 알았다.

나도 미국 삶에서 꼭 필요한 운전 면허 시험에 도전을 했다.
그 10년 전 안그래도 영어에 익숙치 않아 일어나는 모든 사건들에 멍해 있을때,
운전 시험 마저 영어로 쳤다면 나도 방송 속의 키우친처럼 몇번이고 실패하고 힘들어 했을 것이다.

다민족 다문화가 어울리는 미국 사회에서 언제부터 인지 모든 주가 그런지 모르지만
캘리 포니아랑 매사추세츠에서는
운전 면허 필기 시험을 영어가 아니더라도 응시자의 선택에 따라 다른 언어로 응시가 가능하다.

이유는 이렇다. 영어를 잘하는 것이랑 운전을 잘하는 것이랑 상관이 없다.
중요한 것은 안전한 교통 질서를 위해 도로 법, 운전 상식을 효율적으로 합리적으로 숙지시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미국 운전면허 필기시험에서 영어만을 강요하지는 않는다.

문화가 다르고 사회 제도를 다른 두 나라를 비교할 수도 없고 무조건 미국식을 따르라 하기에 무리가 있다.
다만, 우리 한국 사회에 늘어가는 외국인들, 다 문화 가정들의 홍수 속에
한번 정도는 생각해볼 문제다.

운전 면허 필기 시험의 목적이 안전한 운전을 위해 도로법규를 인지시키고 올바른 운전 상식을
알려주는 것에 있다면, 효과적이고 합리적인 방법으로 굳이 한국어 시험만 있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한번에 많은 것을 준비하기에는 힘이 들기에 지역을 중심으로 한달에 한번 아니면
두 달에 한번이라도 외국인을 위해 자기의 선택 언어로 시험을 치르게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것이 앞으로 다가올 다 문화 사회에 좀더 유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길이 아닐까 한다.

2009/11/26 23:57 2009/11/26 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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